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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제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과 저감 기술 (ESG 관점의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분석)

서론: 디스플레이 산업내 숨겨진 환경 문제 그리고 지속 가능한 기술의 필요성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TV, 노트북, 자동차의 계기판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필수적인 부품을 공급하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상당한 탄소배출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특히 OLED, LCD, QLED 같은 고도화된 디스플레이 패널의 생산 공정은 복잡한 화학 반응, 고온 공정, 다량의 전력 소비, 그리고 희귀 자원의 사용을 수반한다. 이러한 공정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게 된다.

최근 글로벌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 기조가 강화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외에 디스플레이 공정별 탄소배출의 구체적 원인과 저감 기술을 심도 있게 다룬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본 글에서는 디스플레이 제조에서 탄소배출이 발생하는 주요 공정, 그 원인, 그리고 이를 줄이기 위한 신기술 및 산업의 대응 방향을 상세히 분석해보려 한다.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대형 화학 공정의 사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단계를 거치는 화학 공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OLED 제조 공정에서는 유기물 증착, 패턴 형성, 인캡슐레이션 같은 복잡한 단계가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유기 화합물, 플루오르화 가스(SF₆, NF₃ 등), 고순도 질소(N₂) 등은 그 자체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거나, 공정 이후 폐가스로 방출된다. 특히 플루오르화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 강력한 온난화 지수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온 열처리와 플라즈마 공정

LCD, OLED 모두 박막 형성을 위해 고온의 열처리와 플라즈마(PECVD, RIE 등)를 사용한다. 이러한 장비들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공정에서 필요한 가스를 반응시키는 과정에서 부가적인 탄소배출이 발생한다. 특히 박막 트랜지스터(TFT) 형성을 위한 스퍼터링, 증착, 열처리 등은 짧은 시간 동안 매우 높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희귀 금속과 원재료의 추출 및 가공

인듐, 갈륨, 주석 등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주요 금속들은 채굴 및 정제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예를 들어, 인듐 주석 산화물(ITO)은 터치 패널과 투명 전극에 사용되는데, 인듐은 극소량의 금속이지만 추출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원재료 공급망부터 이미 탄소배출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신기술과 대안

저온 공정 기술의 발전

기존 디스플레이 제조에서는 400도 이상의 고온 공정이 필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저온에서 동작 가능한 새로운 박막 공정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저온 산화물 반도체(IGZO)는 기존의 고온 실리콘 공정을 대체할 수 있으며, 저전력으로 동작하면서도 화질과 반응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저온 공정을 적용하면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어 탄소배출 절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플루오르화 가스를 대체하는 친환경 가스 사용

플루오르화 가스를 사용하지 않거나, 더 적은 온난화 지수를 가진 가스를 활용하는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최근 일부 선진 패널 제조사들은 기존의 NF₃ 대신 저온난화 가스를 사용한 플라즈마 공정을 연구 중이다. 또한, 공정 중 발생한 가스를 바로 분해해 무해한 물질로 바꾸는 가스 처리 장비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폐열 회수 및 재사용 시스템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가 사용하는 열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하지 않고, 이를 다른 공정에 재활용하는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CVD 장비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을 수집해 초기 가열 단계에 재사용함으로써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장기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디스플레이 제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과 저감 기술 (ESG 관점의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분석)

ESG 경영 관점에서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추진해야 할 방향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금까지 성능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이제는 환경 영향을 고려한 소재 선택이 필수가 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의 ITO 대신 탄소 나노튜브, 그래핀 등 저탄소 신소재의 활용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는 터치 스크린, 전극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 감축

패널을 직접 제조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원자재 조달, 부품 생산, 물류까지 모든 단계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와 협력해 탄소 저감 목표를 공유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소재 공급사와 장비 업체까지 포함한 탄소 감축 로드맵 수립이 요구된다.

전력 소비의 최소화 및 재생에너지 사용

디스플레이 제조는 전력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생산 공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태양광, 풍력 기반의 전력 계약(PPA)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기업의 ESG 점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언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로드맵 필요

디스플레이 산업은 아직까지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은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자동차, 반도체, 통신 업계가 이미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것처럼, 디스플레이 업계도 2030년, 2040년, 2050년 등 단계별 목표 설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 투자, 협력 방안을 명확히 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소비자 인식 전환과 투명한 정보 공개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에만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제조사들도 자사 제품이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제조되었는지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제품 탄소배출량을 표기하거나, 친환경 인증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결론: 탄소배출 저감 없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는 없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저감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어야 한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 감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으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회로 엔지니어, 소재 연구자, 공정 개발자 모두가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다.

디스플레이 제조의 모든 단계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과 전략이 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며, 이는 결국 지구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